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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하는가

‘디자인 엔지니어’라는 직무를 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오래 해온 일과 이상하리만치 겹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직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시리즈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첫 질문은 이겁니다. 디자인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브라우저 목업과 곡면이 놓인 왼쪽 면, 코드와 격자가 놓인 오른쪽 면 사이에서 등을 보이고 선 사람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자리에 이름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엔지니어란 무엇인가요?

디자인 엔지니어는 화면을 설계하는 일과 그 화면을 코드로 만드는 일을 한 사람이 하는 직무입니다. 위키피디아 ‘Design engineer’ 문서의 ‘In software engineering’ 항목은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모두 수행할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디자인 엔지니어이자 작가인 매기 애플턴(Maggie Appleton)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교차점에 정확히 서서, 그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주된 업무는 두 가지입니다. 프로토타이핑, 그리고 코드로 디자인하는 것.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무엇을 하나요?

의도를 옮깁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UI/UX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눈으로 화면을 봅니다. 개발자는 다른 언어로 같은 화면을 봅니다.

두 집단이 각자의 언어로 회의를 마치고 합의했다고 믿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과물을 열어보면 미묘하게 어긋나 있습니다. 저는 이 어긋남을 여러 번 봤습니다. 간격이 4px씩 밀리고, 디자인에는 없던 로딩 상태가 생기고, 애니메이션이 절반만 구현되는 식입니다. 누구도 게으르지 않았는데 그렇게 됩니다.

디자인 엔지니어는 그 사이에 섭니다. 디자이너에게는 디자이너의 언어로, 개발자에게는 개발자의 언어로 옮깁니다. 통역은 단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닙니다. 왜 그 간격이어야 하는지, 왜 그 타이밍이어야 하는지를 넘기는 작업입니다.

AI는 이 직무를 어떻게 바꿨나요?

디자이너가 혼자 끝까지 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개발 지식이 얕으면 어느 지점에서 반드시 멈춰야 했습니다. 지금은 개발 지식을 얕고 넓게만 갖추고 있어도, 개발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개발자처럼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정확한 피드백과 요청을 기계가 이해하는 언어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짚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말할 수 있다면 결과물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실린 사이트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디자인부터 코드까지 혼자 했고, 막히는 지점마다 AI에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는 방식으로 넘어갔습니다.

왜 지금 이 이름이 필요해졌을까요?

회색지대는 원래 있었습니다. ‘코딩하는 디자이너’, ‘디자인하는 개발자’ 같은 표현은 예전부터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회색지대를 하나의 직군으로 부르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AI는 오히려 본질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도구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고 그것을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이 앞섰습니다. 판단과 전달이 핵심이 되는 순간,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가르던 경계는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 자리에 이름이 필요해진 겁니다.

정리하면

디자인 엔지니어는 통역사이면서 자립한 문제 해결사입니다. 팀 안에서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의 다리가 되고, 팀 밖에서는 AI를 도구 삼아 스스로 완결된 결과물을 만듭니다. 두 방향은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한 사람 안에서 같이 자랍니다.

디자이너로 일해온 시간을 돌아보면 저 역시 이 두 방향을 조금씩 걷고 있었습니다. 그걸 부르는 이름이 없었을 뿐입니다.

다음 편의 질문은 역량입니다. 디자인 엔지니어에게 실제로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고, 어떤 도구와 워크플로우로 일하는지 이어서 씁니다.

출처: Design engineer, Wikipedia